NBS ZERO | 프롤로그 | 2022년, 축제 속에서도 죽음이 암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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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2022년, 축제 속에서도 죽음이 암약하고 있다


사명감이란 무엇일까

나는 새빨갛게 반짝이는 네온사인을 맞아가며, 인파 한가운데를 헤치고 있었다

물밀듯 사람이 쏟아지는 주말 홍대입구역 9번출구 앞은 고통 자체였다


그래도 여기를 와야 된다는 거잖아


황토색으로 우락부락한 근육이 옆에서 나를 둘러쌌다

아마 인천국제공항에서 이어진 장소이니 만큼, 외국인도 많이 오겠지

오늘 목적지에서도 이렇게 가방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는 일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게, 골라서 받자고 했는데도


인파 사이를 빠져나오고 나서야, 스마트폰을 꺼낼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보아하니 벌써 부재중 전화가 2통이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같이 파트너들이다


도착했다는 거야, 아니면 조금 늦는다는 거야


이번 일을 위해 모인 단톡방부터 확인해 봤다

나는 시간에 맞춰 같은데, 두사람 이미 현장 앞이라는 같았다


여기 맞죠? 쿨트렌디


그중 한명이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새빨간 네온사인에 하얀 얼굴이 물들여진, 젊은 여자의 셀카였다

그녀의 뒤로는 영어로 “CoolTrandy” 휘갈겨 같은 철자가 보였다


거기 서있어. 성경쌤은 지금 어디에요?”

홍대에서 내렸어요. 5 뒤에 도착해요


카톡 답장이 끝났으니, 구글 지도를 틀었다

인파가 조금 뜸해진 틈을 , 다시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 경오빠! 어디 가요?!”


그렇게 집합 장소를 찾고 있는데, 그제서야 오늘 동료 한명과 눈이 마주쳤다

네온사인에 물들 만큼 도화지같은 피부, 신경쓴듯 안쓴 시크한 스타일링

몇달 알고 지낸 직장 동료였다


, 거기구나. 어딘가 했어

하하 또요? 제가 입구 사진도 올려놨는데

그것만 보고는 수가 없지. 얼굴이 거의 절반이잖아

에이 그정도는 아니다


도착해 보니, 조금 카톡에서 봤던 사진 배경이랑 똑같은 문이 있었다

싸인처럼 휘갈긴듯한 점포 이름이, 입구 윗부분에서 반짝였다


수정이 언제 도착했어?”

저요? ... 15 ?”


빨리 왔네 싶다가도, 역시 늦지는 않았기에 굳이 미안해 하지는 않았다

지금 궁금한 , 여기 언제까지 있어야 하냐는 점이었다


대표님은?”

의뢰한 쪽이랑 얘기할 있어서, 여기서 잠깐 기다리래요. 보안상으로 전달사항도 있다는데요

무슨 보안? 메타버스라곤 해도, 결국 클럽 안에서 춤추는거 영상중계하는거 아니야?”

그런거 같긴 한데요. 기획측은 알려지면 안되는게 있나보죠. 행사 시작하기 전까지는요


수정이가 옆을 지나가더니, 장비가 가득 담긴 캠핑트롤리 앞에서 멈췄다

거기에는 우리쪽 대표가 갖고 나온 각종 음향 장비와 영상 중계 케이블이 들어 있었다


다른 경쟁업체에서 아이디어를 가져갈 수도 있다... 그런 건가?


혼잣말이 끝나자 마자, 클럽 입구가 열렸다

이제 5 안된 시각

그런데도 앞에는 사람들이 가득 있었다


사람 많네요. 예쁜 사람들도 많고


수정이가 사람들을 향해 선망의 시선을 보냈다


클럽 없어?”

저요? ... . 포차는 있는데요.”

어떤 재미인 거야? 이런 곳에서 노는


진짜로 무슨 재미일까 싶어 물어봤다

딱히 여기 입구 앞에서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려는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쪽은 수정이였다


에휴... 오빠. 그렇게 자기가 찐이라는 티내야 겠어요?”


논리적인 대답을 바라고 물은 아니지만, 역시나 그렇게 호의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나를 바라보는 수정이의 눈빛에서도, 얘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있었다


그런 식이니까 아직도 여자친구가 없는 거야, 찐따야


하고싶은 말은 대강 이런 거지 않을까

이제 대학에서 첫번째 겨울방학을 맞은 입장에서는, 최신 트렌드에 스며들고 싶을 것이다

나도 수정이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는 않다

수정이가 말하는 대로, 나는 최신 트렌드에 어울리지 못하는 찐따다


, 성경 선생님. 수정이랑 같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렇게 분위기가 싸해질 즈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를 이곳에 모은 대표였다


민승 대표니이임~ 오늘 이거 끝나면 한우 맞죠?”

그래 그래. 한우 먹으러 가자. 성경쌤 그거 부탁드릴게요


아무래도 캠핑트롤리를 끌고 클럽 안으로 들어가자는 얘기 같다

앞서가는 대표와 수정이의 등을 보며, 나도 그들을 따라갔다

어둠속에 섞여 들어가듯, 사람이 북적이던 입구를 지나쳐 네온사인이 비치는 곳으로 향했다


오늘 저희가 일은, 평소 하던 중계랑 똑같아요


어둠 속을 사각 모서리에 깔리는 것은 케이블이다

중계 기기와 노트북, 카메라를 연결하는

현재 카메라에 잡히는 것은 바니걸 복장을 은발의 외국인 여자다


카메라 한대는 수음기를 달고 행사장 전체를 찍고요. 나머지 한대는 행사장 제일 안쪽에서 사람들 모습을 생동감 있게 촬영해 주심 됩니다. 성경쌤 있죠?”


내가 받은 짐벌이었다


아무래도 현장감 있는 중계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한손 짐벌을 선택한 모양이다


알겠습니다. 앞줄에 들어가서 사람들 찍는 걸로

, 그래주시면 돼요. 혹시 안전사고 같은게 일어날수도 있으니까, 이어마이크도 가져가시구요


이어마이크를 착용하면서 뒤를 돌아보니, 벌써부터 클럽 안은 온통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나 수정이 나잇대의 사람들부터덩치 외국인들까지

조금씩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거리고 있었다


노래소리가 커서 의사소통이 힘들 수도 있겠어요


그런 상황을 보고, 수정이도 어째 표정이 굳어갔다

클럽 노래소리가 점점 커지니까, 얘도 괜히 불안한 모양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위험해지면, 고정 카메라 하나 두고 대피하죠


그래도 이어마이크를 통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수정이도 나도자기가 배치될 자리와 대기장소 사이의 거리는 파악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릴 같으면, 전에 대피하고도 남을만한 거리였다


사람도 많고 노래도 크고... 뭔가 엄청나네요

클럽이니까. 마음 차분하게 갖고, 너무 당황하지 수정아


이렇게 시끄러운 데를 자주 애가 아니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럼, 가시죠 성경쌤. 위험한 상황에는 제가 이어마이크에 말씀드릴테니까, 기울여 주시고요


등을 떠미는 대표의 목소리를 따라, 인영이 솟았다 가라앉는 사이로 들어갔다

카메라를 머리 위로 들고, 어깨를 꿈틀대면서


대체 좁아터진 곳에서 춤을 추고 싶은 거야


이해할 없어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짐벌 끝에 달린 카메라에서 무언가 이상한게 보였다

그래, 바니걸 복장의 은발 여자다

외모만 보면, 러시아나 핀란드 같은 북방민족 출신인 것으로 보였


... 좁아 터진 곳에서...’


인파를 헤치면서도, 카메라에 비치는 것이 무엇인지는 눈을 떼지 못했다

바니걸을 입은 은발 여자가 예뻐서일까?

그 요염한 자태에 홀려서?

아니, 장담코 아니다

붉거나 푸른 빛이 그녀를 비출 때마다, 그녀한테서 아홉 꼬리같은 그림자가 솟아났기 때문이었다


잠깐 지나갑니다. 지나갈게요. 중계측입니다. 지나갑니다...!”


노래소리에 묻히지 않게 소리를 질러가면서 전진한다

그러던 와중에도, 마치 사람들은 나를 지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듯이 공간의 밀도를 높여갔다


성경쌤! 잠깐 돌아오세요. 성경쌤, 들리세요?”


카메라에 무엇이 비치는지 다시 확인해 보니, 나는 착각한 아니었다

꼬리라고 할까, 촉수같은 것이 꿈틀대고 있다

줌인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녀의 꼬리가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오늘은 오랜만에...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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